Date: 201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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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사신문 – 사람 사는 세상 / 박영철 장애인부모협동조합 ‘오름’ 이사장 인터뷰 내용을 공유합니다. 

 

“장애아이들 미래, 부모들이 힘 모았어요”
무엇이든 함께 하면 덜 힘들고 오래가
장애아도 교육하면 직업가질 수 있어

 

   
 

지난 2월 8일 장애인 부모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오름’의 창립식이 있던 날, 비장애 자녀를 키우는 교육공동체 ‘아름다운방과후학교’ 학부모와 초등학생 등 20여명은 무대에 올라 “배운다는 건 꿈을 꾼다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변모하기까지
“아이를 한 다섯 명은 낳고 싶었죠. 우리 순호를 낳기 전 까지는요. 그런데 막상 순호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니 신경이 온통 아이에게로 쏠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당시는 제 마음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워 모임이라도 있을 때면 순호는 늘 떼어놓고 다니곤 했죠”
장애인부모들의 협동조합 ‘오름’을 맡아 이끌고 있는 박영철(52) 이사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본다. 그동안 아픔으로 다가왔던 수많은 기억들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있으리라는 것은 한참이나 흔들리고 있는 눈빛으로 알 수 있다.
“순호가 초등학교 때 일반학교 도움반을 다녔는데 고학년이 되고 환경이 바뀌자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계속해서 뽑기 시작했어요. 전 그 모습이 싫어서 순호에게 계속 ‘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죠. 그때부터 순호가 절 멀리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아마 3년 정도는 그런 관계가 지속된 거 같아요. 참 힘든 시간이었죠. 순호는 이후 동방학교로 옮겼고 이젠 벌써 졸업반이 되었어요”
박영철 이사장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던 2004년 장애인부모회에 가입했고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며 비로소 자신과 아이를 인정하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그곳에는 순호보다 더 심한 중복장애 아이들도 많았지만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위해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 2007년 한국복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장애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실을 배우게 됐어요. 그건 바로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교육하면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때부터 저도 순호를 비롯해서 모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박영철 이사장은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올해 국제사이버대학교에 편입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 공부를 하는 동안 학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실질적으로 다양한 실습을 거치며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득한 것들이 많다.
“순호는 이제 동방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됐지만 아직도 저희 부부에겐 늘 아기처럼 보여요. 내년부터는 학교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무엇이든 결정하기가 쉽진 않죠”
대부분의 스무 살 아들을 가진 아빠들과는 달리 박영철 이사장은 순호와 각별한 사이를 자랑한다. 주유소에서 주는 화장지 비닐에 찍힌 S오일 마크에 집착하는 순호를 위해 지인들의 화장지를 얻으러 다니는 열정도 보인다. 늘 이야기를 나누고 살뜰하게 집안일을 거드는 순호가 없으면 부부는 심심하기까지 하다고.

‘오름’은 함께 미래를 꿈꾸는 것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마음속에 늘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지적장애나 발달장애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있어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도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가 힘든 건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어떻게든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하잖아요. 부모가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줄 수 없으니…”
포승읍 석정리에 위치한 ‘하래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부모들이 직접 힘을 합치기로 중지를 모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협동조합 ‘오름’이다. 그리고 사회복지법인 ‘고앤두’의 배려로 부모들이 직접 ‘하래장애인주간보호센터’ 위탁을 맡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부모들이잖아요. 그런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업을 갖기 전 단계에서부터 참여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주간보호센터에는 현재 초등학생들도 많은데 그 아이들이 순호 나이쯤 되면 우리 협동조합이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주말이면 순호와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순호가 큰 병 없이 잘 지내줘서, 음식을 잘 먹어줘서, 그저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박영철 이사장. 건강이 좋지 않아도 늘 따뜻하게 웃어주는 아내가 있고,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걸 알고 해병대 군 장학생을 선택해 준 큰 아들이 있고 함께 힘을 모아주는 ‘오름’ 회원들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박영철 이사장을 보며 문득 서로가 함께 한다는 건 얼마나 큰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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